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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후 미국으로 수출이 ‘제로(0)’예요. 수주를 못하니 부두 창고에 20억원어치(제품)가 묶여 있습니다. 눈앞이 캄캄합니다.”

미국으로 산업용 볼트·너트 등을 수출하는 중견기업 신진화스너공업의 정한성 대표는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본격화된 이후 대미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고 말했다. 상호관세(25%)는 8월부터 발효됐지만 이 회사의 수출 길은 두 달 먼저 끊겼다. 철강 관세가 3월부터 25%, 6월부턴 50%씩 부과되면서 미국 바이어들이 주문을 줄줄이 중단한 영향이다. 창고 보관 비용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 정 대표는 “미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걸 알지만, 중국산이 이미 장악한 곳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중소기업 A사는 관세 부담으로 휘청이고 있다. 엘리베이터 부품 대부분이 철강이다 보니 3월부터 관세 영향권에 놓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쪽 수입업체가 관세를 이유로 물건을 돌려보내거나, 계약 내용과 달리 ‘관세를 대신 내라’는 요구가 많은데 중소기업이다보니 대응할 전문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통관·규제 리스크다. 예컨대 미국은 철강·알루미늄·구리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5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기준액 산정 방식이 불분명하다. 장고은 관세사는 “원가 기준이냐, 노무비·가공비 등을 가산한 평가 기준이냐에 따라 관세액이 크게 달라지는데,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서도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선 현장에선 천문학적인 관세를 날벼락처럼 얻어맞는 경우가 속출했다. 식품 수출업체 B사는 미국 세관 통관 과정에서 제품 포장용기에 들어간 알루미늄 성분에 대해 200%의 관세를 적용 받았다. 이전처럼 신고했지만, CBP는 알루미늄 원산지가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러시아산’으로 간주하고 징벌적 관세까지 추가 부과했다. 또 4월 초 항공편으로 제품을 보낸 기계류 수출업체 C사는 하루 차이로 10%가 아닌 25% 관세를 맞았다. 이로 인한 손실만 수만 달러 규모다. 구리 제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원래 관세 0%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었는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50%로 올라 타격이 크다”며 “미국이 주요 수출국인데, 이대로 계속 사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거의 없던 시절 맺은 계약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본선인도조건(FOB) 계약은 현지 수입업체가 관세를 부담하는 반면, 관세지급인도조건(DDP) 계약은 한국의 수출업체가 관세를 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등 미국 이커머스 업체를 거쳐 한국산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우엔 DDP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FTA가 유효할 땐 대부분 관세가 ‘0%’라 부담이 없었지만, 이젠 수출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474705?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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