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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11시, 모두가 잠자리에 들 무렵 열린 서울시장 심야 토론회에서 나는 기어이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철학적 명대사를 하나 건져냈다.

"진행하면 진행하는 대로 진행이 될 것이다."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입에서 이 경이로운 문장이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칸트의 정언명령인가, 아니면 노자의 무위자연인가. 아니면 그냥 뇌에 과부하가 걸려 블루스크린이 떠버린 챗GPT의 환각 증세인가.

1천만 메가시티 서울의 복잡한 현안을 묻는 링 위에서, 시장이 되겠다는 자가 "숨을 쉬면 숨이 쉬어질 것이다",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를 것이다" 수준의 기적의 동어반복을 천연덕스럽게 내뱉었다. 정책의 디테일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자리에서 튀어나온 저 텅 빈 깡통 구르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헛웃음을 넘어 일종의 숭고함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대체 머릿속에 든 게 얼마나 없으면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조차 이토록 처참하게 길을 잃는단 말인가.

이 기막힌 선문답을 듣고 나니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린다. 왜 그토록 토론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필사적으로 피해 다녔는지. 그리고 마음씨 고운 선관위가 왜 하필이면 유권자들이 가장 TV를 안 볼 평일 밤 11시에 이 토론회를 야반도주하듯 꼭꼭 숨겨주려 했는지. 그 눈물겨운 호위무사들의 과잉보호가 이제야 납득이 간다. 대본이 사라진 링 위로 끌어올려지는 순간, 자신들의 후보가 '득도한 앵무새'로 전락할 것이라는 끔찍한 진실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밤 11시의 어둠 속에 숨겨주려 했던 민주당 참모들에게는 참으로 애석한 일이겠으나,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빈 수레가 요란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덜컹거리며 박살 나는 이 꼴이 꽤나 즐거운 심야의 안줏거리였다.

어쩌겠는가. 본인의 실력이 탄로 났으니, 이제

"낙선하면 낙선하는 대로 낙선이 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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