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 타이쿤
- 조회 수 8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마치 야반도주하듯 음습하게 치러지고 있다. 사전투표 개시를 불과 7시간 앞둔 평일 밤 11시. 내일을 위해 유권자 대다수가 잠자리에 들 그 심야의 시간에, 처음이자 마지막 TV 토론회를 배치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기괴한 행정 앞에서는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선거 관리가 아니라, 주권자의 눈과 귀를 틀어막겠다는 완벽한 '깜깜이 작전'이다.
이 기형적인 일정표가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진짜 목적은 투명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현재 민주당 후보들은 정권 초기의 후광에 기생하고 있을 뿐, 개인의 역량과 도덕성은 토론회에 내놓기 민망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다. 조명이 켜진 링 위로 올라와 치열하게 논쟁하는 순간, 그 지적 빈곤과 밑천이 만천하에 폭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유권자가 후보를 검증하고 사색할 최소한의 시간마저 박탈해버린 것이다. 좌파 후보들이 치부를 덮은 채 무사히 선거판에 '드러누울 수 있도록', 심판인 선관위가 나서서 가장 푹신하고 안락한 요람을 깔아준 셈이다.
이쯤 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선거방관위원회', 아니 민주당의 '선거방어위원회'라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편파성뿐만이 아니다. 선거라는 조직 최대의 비상시국에 역대 최다 인원이 휴가를 떠나는 넋 빠진 기강을 보라. 투표의 신뢰를 목숨처럼 여겨야 할 기관이 스스로 부정선거의 의혹과 불신을 자초하면서도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모른다. 명색이 헌법이 보장한 중립 기관이라면서, 마음속에 똬리를 튼 좌파 진영 논리를 도무지 숨기지 못해 안달이 난 그 얄팍한 민낯 앞에서는 분노를 넘어 서늘한 경멸이 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아예 심판이 노골적으로 상대편 유니폼을 껴입고 뛰는 이 지독한 난장판. 이 불리한 링 위에서 묵묵히 버티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오세훈, 김태흠 등 우파 후보들의 고군분투에 이번 선거 한정으로 깊은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은 지금 무능한 좌파 후보 한 명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룰을 무너뜨리고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한 거대한 '기울어진 권력' 전체와 피 튀기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룰을 수호해야 할 심판이 노골적으로 특정 진영의 호위무사 노릇을 할 때, 민주주의는 가장 조악하고 폭력적인 코미디로 전락한다. 야심한 밤 11시의 기습 토론으로 좌파 후보들의 무능과 치부는 덮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불공정한 심판을 향해 차갑게 벼려지고 있는 상식적인 국민들의 서늘한 이성까지 눈 가릴 수는 없다. 선관위는 지금 스스로 자신들의 존립 근거인 '공정'이라는 묘비명에 기꺼이 침을 뱉으며, 가장 추악한 역사로 기록될 자해극을 벌이고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79018?sid=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