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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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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원
15시간 ·
<<응답하라 2026>>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접속'되어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는 가까워졌을지 몰라도,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아득한 우리에게 오래된 히브리어 단어 하나가 깊은 물음을 던집니다.
바로 '히넨니(הִנֵּנִי)'입니다.
'히넨니'는 영어로 주로 "날 보라"는 뜻의 behold, look으로 번역되지만,
그 본질은 "내가 여기 있나이다" 혹은 "내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존재의 고백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출석 확인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 어떠한 가림막도 없이, 나의 전 인격을 그분께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헌신의 언어입니다.
성경 속 인물들은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이 한 마디로 자신의 운명을 응답했습니다.
아브라함을 생각해 봅니다.
창세기 22장에서 하나님이 부르실 때,
그는 지체 없이 "히넨니(הִנֵּֽנִי)"라고 답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대답이 아니었습니다.
훗날 아들을 바치라는,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령 앞에서도 순종할 수 있었던 믿음의 뿌리가 바로 이 대답 속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나의 가장 소중한 것조차 내려놓겠다는 전적인 신뢰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모세 또한 그러했습니다.
떨기나무 불꽃 앞에서 자신의 연약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그는 "히넨니(הִנֵּֽנִי)"라고 응답했습니다.
비록 부족할지라도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드리겠다는 이 결단이 그를 위대한 지도자로 세웠습니다.
말씀이 희귀하던 시대, 어린 사무엘의 순수한 "히넨니(הִנֵּֽנִי)"와,
"나를 보내소서"라며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나선 이사야의 "히넨니 슐라헤니(הִנְנִ֥י שְׁלָחֵֽנִי)" 역시 단순한 존재의 확인을 넘어선, 삶을 건 거룩한 응답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더 깊은 진실이 있습니다.
“히네니”를 누구보다 가장 많이 외친 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애타게 "여기 있습니다"라고 외치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내가 여기 있다(히네니)"라고 말씀하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야곱이 낯선 땅에서 두려움에 떨며 잠들었을 때,
하나님은 "브힌네 아도나이 니짜브 알라브(וְהִנֵּ֨ה יְהוָ֜ה נִצָּ֣ב עָלָיו֮, 보라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라고 말씀하시며 그와 함께하심을 선포하셨습니다.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순간에도 하나님은 이미 그곳에 계시며 그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알-티라 키 임카-아니, אַל־תִּירָא֙ כִּ֣י עִמְּךָ־אָ֔נִי)"
라는 이사야 41장 10절의 약속 또한 하나님의 '히네니'를 자세히 풀어주신 깊은 위로입니다.
결국 '히넨니'는 하나님과 우리가 서로를 깊이 인식하고 만나는 거룩한 교차점입니다.
2026년을 막 들어선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그 부르심 앞에 서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은 우리의 거창한 외침에만 반응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분은 남들은 듣지 못하는 나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시고, 그 아픔 속에 함께하시며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다가오는 2026년,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의 신음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원합니다.
이제 우리의 응답이 남았습니다.
돌아보면, 흘러간 시간 가운데
하나님과 은근한 거리두기를 하려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의 삶의 자리, 바로 그곳에서 내 곁에 계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조용히 고백해 봅니다.
"네, 하나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이 진실한 고백이 우리의 메마른 영혼을 적시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드는 2026년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