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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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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4시간 ·
<메이지유신 – 10월유신 –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
'유신회'라는 명칭이 과거 제국주의 시대 '황도혁명'같은 제국의 부활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취지와 목적은 명료하기 그지없다. 근본적 개혁을 이루자는 거 아닌가. 이미 150년 전에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니..
일본 새총리 선출이라는 '뻔한 기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따로 있다.
"일본유신회는 다카이치 총리 선출을 위해 자민당과의 연정에 합의했으나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카이치가 입각을 제안했으나, 유신회 측은 소속 의원들의 행정 경험이 부족하고, 자민당과의 협력이 초기 단계라는 점을 들어 각외(閣外)에서 정책 협력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에! 경험부족을 이유로 입각제의를 거절해? 아무리 그래도 '딴 꿍꿍이가 있을거야'라는 의심에 익숙한, 고루한 한국적 시각으로 봐도 이건 신선하다 못해 일본유신회의 무서운 저력을 담은 고백이라 읽힌다.
아니, 딱 일본의 장인정신이란게 다 이런 결단의 연장에 있던 것 아니었나. 그 무섭도록 치밀하고 냉철한 결심. 눈 앞의 값싼 이익과 공명심에 물들지 않는 자기절제. 잊고 있던 일본정신의 단면을 오랜만에 엿본 느낌이랄까.
출범한지 10년 좀 넘은 신생정당(이라고 해야하나, 오사카에서 출발했으니 지역기반 정당이라고 해야하나)이 핵심 보수정당과 연합하여 총리선출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했음에도 '논공행상' 대열에서 의연히 비켜서다니.
한국이었다면? 뭐, 너무나 잘들 아실거라 짐작한다. 기자가 인용했을 일본매체의 원문이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다. 요미우리나 아사히같은 유력지에서는 구체적 기사를 찾지 못했는데, TV아사히가 이렇게 적고 있다.
自維連立は、維新からの入閣はないものの政策では協力する「閣外協力」だが、総理補佐官に維新の遠藤敬氏を起用する予定だ。
아하, 정말 '각외협력'이라고 썼군. 영어로는 extra-cabinet cooperation쯤 되려나? 번역하자면, "자민당–유신회 연립 정권은, 유신측의 입각은 없지만 정책 면에서는 협력하는 ‘각외협력(閣外協力)’ 형태이며, 다만 총리보좌관으로 유신회의 엔도 다카시 의원을 기용할 예정이다."
60대 후반 4선의 중의원을 차관급인 '부대신' 보다도 낮은 총리보좌관에 앉히다니. 장관급 인사도 될만한 인물을 '각외'에 배치시키돼 총리에게 직접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실질적 통로는 남기는 묘수?
굳이 정치적 '해석'을 하자면 정부 운영에 '발은 걸치고 책임 부담은 회피'하는 전략이다. '급'은 맞지 않아도 무리수를 두지 않는 신중하고 절제있는 선택으로 봐야하나. 장관직은 받지 않고 정책협력만 하는 독특한 구도.
아무리 그래도 참 대비된다. 일단 "못 먹어도 고"에 익숙한 한국풍토에 눈 앞의 탐 나는 자리였을 장관직도 마다할만큼 절제와 단결력을 가진 인물들이 모인 정당이라니. 완전한 '연정'은 아니면서 단단한 채널은 확보한 모양새.
일본정계도 '고이고 고인 물'인건 한국과 매 일반인 듯 보이지만, 연륜과 경험, 노련함과 깊이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건지. 왜 한국정계는 이런 일본은 경시하며 그저 공산당의 나라 듕국과 어쩌지 못해 안달일까.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속설 탓인가.
** 사족 1: 마이니치 취재노트(내막기사)
'서사적' 서술 방식을 좋아하는 마이니치답게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엔도 다카시 유신회 국회대책위원장와의 전화통화를 흥미롭게 구성하여 막후 타결의 접점을 극적으로 구성했다. 관심있을 독자를 위해 링크해둔다.
엔도가 말했다. "개인적 좋고싫음으로 정치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겁니다.” 個人の好き嫌いで政治をやっているわけやない。自分たちの政策の実現のためにやっている.
그러자 다카이치가 즉시 답했다. ぜひ、お話ししましょう。“꼭, 이야기합시다.”
*** 사족 2: 엔도 다카시
총재는 됐지만 총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국내보도가 있은지 단 하루 이틀 사이에 그녀는 유신회와 연합을 이루었고 총리가 됐다. 정작 결정적 공헌을 한 유신회는 '각료'를 배출하지 않고 한발짝 물러나 있다.
앞으로 어떤 정치가 펼쳐질지 참으로 흥미진진한 구조 아닌가. 엔도 다카시(遠藤 敬) 이름을 기억해두자. 참고로 그는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 아니다. 미쓰비시 전기에서 40대 후반까지 직장생활을 하다 2009년 쉰 즈음에 오사카에서 출마, 중의원 초선으로 정계 입문했다.
**** 사족 3: の会
참, 한가지를 빠트렸다. 그냥 '유신회'라고 써도 될 법한데 일부러 '모임(の会)'이라고 공식 표기하기로 결정한 거부터가 이 단체가 지닌 역동성과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단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