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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의 보수 세계 최고”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ㅡ장부승

장부승

8시간 ·

 

 

#한국의사보수 #세계최고인가

(유튜브 영상 링크는 댓글에)

이번에 한국에 강연 가면서 좀 의욕이 앞서서 그랬는지 너무 여러 주제를 다루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주로 지역의사제 문제를 얘기하긴 했는데 사실은 한국 의사의 보수 문제에 대해서도 좀 제대로 다뤄보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얘기를 못했는데, 영상도 보시고 아래 제 설명과 내용도 덧붙여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흔히들 한국 의사가 세계에서 돈을 제일 잘 번다고들 합니다. 그냥 금액 자체가 세계 최고라고 하기도 하고, 국민소득 대비 세계 최고라고 하기도 하는데, 전 이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제가 외국 생활을 길게 한 편인데, 전세계 어딜 가도 세계에서 돈 제일 많이 버는 의사가 한국 의사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대부분이 미국 혹은 스위스 의사들이 돈 많이 번다고 하지, 한국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검색을 좀 해봤어요. 그런데 아무리 많이 사이트를 찾아봐도 한국 의사들이 세계 최고로 돈 많이 번다는 자료가 잘 안 보입니다. 대부분이 미국이나 스위스, 혹은 룩셈부르크나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 의사들 보수가 최고라고 나와요.

여기서부터 제 의문이 시작된 겁니다. 왜 국외에서는 듣기 힘든 얘기가 한국 국내에서만 횡행할까?

그래서 한국의 언론이 의료정책 다룰 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자료, OECD자료를 찾아봤습니다. OECD가 2023년에 발간한 Healthcare at a Glance 2023을 찾아봤습니다. 이 자료는 제목을 구글에 치면 바로 검색되고 누구나 들어가서 다 볼 수 있습니다.

이 자료에 보면 의사의 보수(renumeration)에 관한 챕터가 있습니다. 그게 아래 보시는 표01입니다. 표01은 제가 원 데이터를 액셀로 다운로드받아서 각 분야별로 순위를 알기 쉽게 정렬을 새로 한 겁니다.

이 자료는 여러 나라의 의사 보수를 해당 국가의 평균 근로자 급여의 배수로 표현해서 국가별 비교를 해놓은 겁니다. 그런데 이 자료는 모든 의사를 하나로 줄 세운 것이 아니라, 개업/고용 여부 일반의/전문의 여부에 따라 4가지로 구분을 해서 비교를 해놨습니다. 그러니까 개업한 전문의, 고용된 전문의, 개업한 일반의, 고용된 일반의라는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서 비교를 한 거죠.

표02를 보시면 이게 그 중 첫번째, 개업 전문의 항목입니다. OECD 자료에서는 해당 국가 근로자 평균 연봉의 배수로 표시를 해놨어요. 그리고 한국의 의사가 배수로 따지면 1위로 나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적용된 근로자 평균 연봉은 OECD 고용 통계(OECD Employment Database 2023)에서 가져왔다고 각주에 적혀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OECD 고용 통계에서 각 국가별 평균 임금 자료를 다 가져와서 대입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의사 보수 자료가 기준 연도가 2021년도라서, 평균 연봉도 원칙적으로 2021년도 자료를 가져왔고, 여기에 2021년도 원-달러 평균 환율을 곱해서 각국 개업 전문의 보수를 원화로 환산해 봤습니다.

그 결과가 표02인 겁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 개업 전문의는 4억8백만원 정도입니다. 순위는 3위이고요. 한국 위로 벨기에와 독일이 있습니다. 그 밑으로 오스트리아가 있고, 프랑스가 있습니다.

개업 전문의만 놓고 봐도 한국의 의사들 보수가 세계 최고가 아닙니다.

게다가 이 자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조사 대상 국가가 33개인데, 그 중 무려 23개 국가가 자료 미제출입니다. 아일랜드, 영국,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개업하여 사보험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의들이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나라들이 다 자료 미제출입니다. 게다가 의사 연봉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는 미국은 아예 33개 조사 대상 자체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일본도 33개 대상 국가에 없습니다.

그러니 미국, 일본을 추가하면 무려 35개 국가중 불과 10개 국가만을 대상으로 비교를 한 것이고, (제가 방송에서 9개국이라고 했는데, 제 실수입니다. 10개 국가입니다.), 비교에서 제외된 25개 국가들 중에 의사 보수가 높기로 소문난 나라들이 많다는 겁니다.

게다가 역시 의사 보수가 높다는 프랑스는 자료가 2017년 자료입니다. 기준연도가 2021년도이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 4년 전 자료에요. 따라서 아마도 2021년 프랑스 자료를 갖고 비교하면 프랑스 개업 전문의 보수는 많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이렇듯 표02의 자료는 한국 의사들 보수가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한 바가 많습니다. 이건 마치 한국이랑 아시아 국가들만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놓고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개업 전문의 이외의 범주를 보면 더욱더 “한국 의사 보수 세계 최고”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표03을 보시면 이건 병의원에 고용된 전문의 보수를 비교한 겁니다. 표02와 같은 방식으로 제가 원화 환산을 해봤는데요. 한국의 봉직 전문의는 2억6천4백만원으로 29개 비교 대상 국가중 3위입니다. 한국 위로 네덜란드와 독일이 있습니다. 그 밑으로 아일랜드, 영국, 덴마크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요.

29개면 많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조사 대상 33개 국가 중에 무려 4개 국가가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들이 모두 의사 보수 높기로 소문난 나라들입니다.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스위스거든요. 게다가 여기도 미국과 일본이 빠져 있습니다. 제가 추측하기로 이들 6개 국가가 비교 대상에 포함되면 한국의 순위는 더 떨어질 겁니다.

그러면 개업한 일반의는 어떨까요? 표04를 보시죠. 비교대상 13개 국가 중에 한국은 1억8천만원으로 10위입니다. 1억8천만원 많은 것 같죠. 그런데 13개국 중에 10위라고요. 1위는 독일 무려 4억이 넘습니다. 스위스도 3억이 넘습니다. 게다가 여기도 조사대상 33개 국가 중에 무려 20개 국가가 자료를 안 냈습니다. 미국, 일본은 아예 없고요. 그러니 이들 국가들이 만약에 추가된다면 한국의 순위는 더 떨어질 겁니다.

고용된 일반의도 볼까요? 표05를 보시죠. 조사대상 18개 국가 중에 한국은 9위입니다. 액수로는 1억2천6백만원입니다. 참고로, 여기 나오는 모든 소득은 세전금액입니다. 그러니까 세금, 연금기여금 등 다 빼고 실수령액은 이 액수보다 훨씬 적을 겁니다. 1억2천6백만원 많은 것 같지만, 실수령액으로 치면 아마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830만원 정도 할 겁니다. 이게 고용된 일반의의 현실입니다. 이 표에서 1위는 네덜란드, 무려 2억원입니다. 2위 아이슬란드도 거의 2억원입니다.

이 표에서도 조사대상 33개국중 15개 국가는 자료 미제출이고, 미국, 일본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 조상대상을 확대하면 한국의 순위는 9위에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 OECD자료는 모든 범주에 걸쳐서 전공의 데이터가 빠져 있습니다. 다른 의료 선진국들에 비해서 우리나라 전공의들 연봉이 훨씬 낮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공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숫자가 엄청 많아서 무려 1만명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료에 전공의가 포함된다면 전반적으로 한국의 순위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제 추정입니다.

자, 이렇게 보시면 어떤가요? 개업전문의, 봉직 전문의, 개업일반의, 봉직 일반의라는 네 범주에 걸쳐서 국가간 비교를 해둔 상기 OECD 자료를 보니까 한국의 의사들 보수가 세계 최고 맞습니까?

1인당 GDP대비 혹은 국민소득 대비로는 한국의 의사 보수가 더 높은 것 아니냐고 반론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소득 대비를 끌고 들어오면 다른 요인들도 계산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한국의 의사들은 대부분이 연금이 없습니다. 4대 보험 없고요. 고용안정성도 없고, 정년도 없습니다. 주40시간? 웃기는 얘기죠. 살인적 노동시간에 시달립니다. 고용된 의사의 경우, 휴가는 연 1주일이 표준입니다. 육아휴직? 꿈도 못 꿉니다. 심지어 의대 교수를 하는 여의사들도 대부분이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꿉니다. 게다가 제일 중요한 것, 의료사고 발생시 안전망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드릴까요? 표03으로 돌아가 보십시오. 봉직 전문의 보수의 국가간 비교입니다. 한국 의사가 2억6천4백만원 받지요? 영국이 2억4천만원 받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의사는 근로자에 준해 표준 근로시간이 정해집니다. 그리고 환자가 있든 없든 퇴근 시간 되면 집에 갑니다. 정년 있고요. 정년 되면 두둑한 연금이 평생 주어집니다. 4대 보험 당연히 있고요. 공무원에 준해서 고용안정성 보장됩니다. 휴가? 휴직? 일반 근로자와 똑같이 보장됩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 의료 사고에 대해 의사 개인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민사는 전부 다 NHS에서 자기네 기금으로 막아줍니다. 형사? 의사 개인이 악의적으로 환자에게 독극물을 주입해서 죽이지 않는 이상 형사 처벌 없습니다.

자, 한국과 영국간에 이런 차이가 있는데, 당신이 의사라면 한국 봉직 전문의로서 2억6천4백만원 받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영국 의사로서 2억4천만원 받으시겠습니까? 이게 고민거리나 되는 질문인가요?

표04 볼까요? 1위 독일 4억입니다. 한국 10위 1억8천만원입니다. 어디가 좋을까요? 독일은 우리처럼 3분 진료 없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설렁설렁 일하고요. 주에 따라서는 하루 진료 시간이나 환자 숫자 제한하는 데도 있습니다. 의료사고 걱정, 형사처벌 걱정 없죠. 당신이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독일 의사, 한국 의사, 어디가 하고 싶으세요?

자, 이러고도 소득 대비 한국 의사 세계 최고라는 ‘신화’를 믿고 계신가요? 한국의 의사가 그렇게 ‘따봉’으로 느껴지세요?

또 하나 고려해야 될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의 의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입니다. 여기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OECD가 수집한 그 어떤 지표를 봐도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나라입니다.

세계 최고 의료 국가가 미국이라고 하는 데, 여러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 의사들의 실력이나 기술, 지식수준은 이미 미국의 97 내지 98%까지 따라 갔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산업 분야 중에 세계 최고 수준에 가장 근접한 몇 개 안되는 분야 중 하나가 의료 분야입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한국의 진료 대기시간입니다. 이건 OECD 비교에 아예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너무 짧아서요. 다른 OECD 국가들 대부분이 골반 수술 한 번 받으려면 6개월, 9개월 대기가 기본입니다. 전문의 얼굴만 보려고 해도 2주 내지 4주가 기본이고요. 우리나라, 그냥 다 당일입니다. 너무 짧아서 아예 통계 자체가 잡히질 않을 정도입니다.

자,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들이 제공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데, 그들의 보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면 이상한 건가요?

게다가 OECD자료는 국가별 정부 제출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민간의 자료와 비교해서 크로스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표06을 보시죠. World Population Review라고 하는 상업용 통계 사이트가 작성한 Doctor Pay by Country 2025라는 자료입니다. 72개 국가의 의사 보수를 일반의, 전문의 모두 합쳐서 자기네들이 나름대로 조사를 해서 작성한 겁니다.

여기서 한국은 39위, 평균 연봉은 8만6천불 정도로 나옵니다. 일본이 24위, 13만7천불 정도 되고요. 대만이 27위로 12만2천불 정도 됩니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미국입니다.

Salary Expert라고 국가별 연봉 비교하는 사이트에서도 찾아봤습니다. 한국 자료를 보면 기본연봉이 1억2천만원 정도로 나옵니다. 실적에 따른 보너스는 대략 5천만원으로 나옵니다. 합치면 1억7천만원입니다. 제가 일본에서 찾아봤던 일본어 사이트에서도 대략 한국의 의사 연봉 1억8천만원 정도로 나옵니다.

World Population Review나 Salary Expert 같은 사이트들은 국경을 넘어 취직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업용 사이트입니다. 그러니까 해외 취업을 원하는 각국의 의사들이 참고를 많이 하겠죠.

자,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 의사들이 이 자료를 보고, ‘와, 한국 의사 연봉 짱짱! 한국 연봉 세계 최고! 따봉! 한국 가서 취직해야지.’ 뭐 이런 얘기하는 사람 있을까요? 없을 것 같은데요.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려면, 우선 데이터를 충분히 광범위하게 수집해야 하고, 그리고 제대로 비교를 할 수 있는 공정한 비교의 준거틀을 갖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의사도 아니고, 제 주변 형제, 자매, 부모, 친척들 중에 의사도 없습니다. 순전히 사회과학자로서의 눈으로 제 양심을 걸고 자료를 찾고 해석해 본 겁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한국 의사의 보수 세계 최고”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주장을 반박하고 싶으신 분은 누구든지, 자신이 어떤 데이터에 근거해서, 어떤 비교의 준거틀을 갖고 그런 주장을 펼치시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전 언제나 배우는 학생의 마음으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로부터 한 수 배울 준비가 갖춰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