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조진석

1일 ·

 

 

최근에 선고된 의료민사 사건의 판결문이다.

Brain infarction, Dementia 등으로 외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식사 도중 구토 후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로 피고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피고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으나 유의미한 회복양상을 보이지 않고 당일 사망하였는데, 이에 관하여 피고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사망원인을 ‘질식(추정)’으로 기재하여 사망진단서가 발급된 사건이다.

그런데 원고 유족 측에서는 Coronary artery와 Myocardium에 Acute MI에 합당한 소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후 부검을 통하여 밝혀지자 이를 근거로 피고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환자에 대하여 Acute MI를 의심하여야 함에도 질식으로 오진하여 환자가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나는 피고 응급의학과 의료진과 피고병원의 위임을 받아 소송대리를 수행하였다.

부검결과 심장 관상동맥의 병변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 상당히 어려운 사건이었지만, 진료기록을 살펴보니 환자의 병력에서 뇌경색 등 신경계 질환이 있었고, 응급 상황 발생 직전 식사를 하다가 구토 후 구토물 흡인이 있었던 것이 확인되고, 외부 요양병원에서 시행한 Suction 상 기도내에서 음식물이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병원에서 시행한 영상검사에서 Aspiration pneumonia 소견이 확인되어 응급실 이송 당시 환자의 상태를 질식으로 보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또한 환자는 이미 외부 병원에서 심정지가 발생하여 이송 도중에도 흉부압박이 시행되었고, 피고병원 응급실에 이송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던 사람으로 CAG, PTCA 및 CABG 등 추가적인 처치가 진행되기 어렵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의학적 사실관계에 더불어 응급의학은 급성 질환과 외상환자에 대한 평가와 처치를 통해 생체징후를 안정화시키고 최종 진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임상의학 분야로서, 제한된 시간 및 공간 속에서 불확실한 정보를 통해 진단이 이루어지므로, 응급의료를 담당한 의사의 과실은 응급환자에 대한 초기 평가와 처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논리로 원고 유족 측의 주장을 모두 논박하였고, 그 결과 내가 대리한 피고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진료상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 유족 측의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

응급의료의 경우 의사의 의료행위는 어떠한 경우보다 신속하고, 단호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의료행위 시에 의사들이 베풀 수 있는 신중한 주의의무를 의사에게 요구하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응급환자에게 생긴 결과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게 한다는 것은 의사들로 하여금 소극적, 방어적 의료행위만을 하도록 조장하여 결국에는 환자의 소생을 위한 적극적이고 과단성 있는 의료행위는 못하도록 만들어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위험성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응급의료와 관련한 의료진의 책임 인정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특히 환자의 응급상황 당시의 상태와 주어진 정보로 볼 때 합리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면 설령 이후 시행된 다른 검사 결과나 사후 부검에서 다른 상태나 유발 요인이 의심되거나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응급의료 관련 의료진의 잘못이라 평가할 수 없다.

비록 이 사건 환자가 사망한 것은 심히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지만 피고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행한 이 사건 당시 응급진료가 적절하였음이 인정되어 다행이다.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