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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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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34465?sid=110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 소방관들만큼이나 일찍 도착한 이들은 국회 행안위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화재 원인이나 시스템 이중화 같은 기술 관련 사안을 이해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결국 이들은 “이재명 탓” “윤석열 무능” 같은 정치적 발언만 했다.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이들이 평생 보고 배운 건 편을 갈라 싸워 이기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주무인 총리는 사회학, 장관은 철학, 상임위원장은 언론학을 전공했다지만 이들도 도서관보다 거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민주당 대표 정도가 공대를 다녔는데, 그 역시 실험실이 아닌 곳에서 사제 폭탄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과 이과 우위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이제 정치도 정책도 과학기술을 모르면 할 수가 없다. 국회와 정부에 인문계와 이공계 출신이 균형 있게 배치돼야 하는데 현실은 고시를 본 법대 아니면 운동권 출신들이다. 국회의 과학기술상임위는 과학 토론이 아닌 이진숙 몰아내기로 밤을 새웠다. 그럴 바에는 과학은 다른 곳에 맡기고 자기들 주특기인 방송노조위로 이름을 바꿨으면 한다.
환경부가 느닷없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됐다. 하루아침에 에너지 사령탑이 된 장관과 대통령실 기후에너지 비서관은 자신들을 에너지 전문가라고 자처하지만, 이들은 에너지를 과학에 기반해 공부한 이력이 없다. 장관은 법대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비서관은 무역학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에 가까운 환경계획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이들 주도로 극한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려던 댐 건설 계획이 1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고 벌써 ‘탈원전 시즌2’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태양광이나 해상풍력이 사실은 친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농지에 세운 태양광발전소는 잡초가 무성하면 효율이 떨어져 제초를 하지만 이것으로 부족해 제초제까지 대량 살포한다. 벌초닷컴이라는 사이트에 태양광사업부가 있고 여기서 농민들에게 제초제 광고를 한다. 청정 에너지 만든다고 독한 농약을 뿌려대는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해상 풍력발전기 주변에선 조업을 할 수 없어 어민 보상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에너지는 이념이 아닌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리더가 다뤄야 한다.
KBS의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방송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본지 베이징 특파원이 중국은 ‘딥시크’로 어떻게 세계에 충격을 줬는지 취재한 현장 기사가 시작이었다. 기술 대국 중국을 이끈 건 과학기술을 이해한 정치인과 지도자들이었다. 덩샤오핑은 자동차 공장에서 일했고, 장쩌민은 전기공학, 후진타오는 수리(水利)공학, 시진핑은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중국 교육부 장관은 컴퓨터공학 전공 후 베이징 항공우주대학 총장을 지냈다. 반면 우리 전교조 출신 교육부 장관은 학문적 위상이 계속 떨어지는 서울대 개혁은 뒷전이고 ‘서울대 10곳 만들기’와 평준화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 지도자 중 이공계 출신은 드물다. 그러나 박정희 등 군 출신들은 사관학교에서 군사과학, 군사공학을 공부했고 현장에서 포병, 공병 그리고 무기를 다뤄왔다. 노무현은 법률가지만 일정·회계 프로그램을 직접 프로그래밍할 정도로 IT 마니아였고, 이명박은 건설과 철강 CEO였다. 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그러나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최근 대통령은 모두 법률가다. 이들의 사고는 누굴 감옥에 보내거나, 감옥 갈 사람을 풀어 내거나, 누굴 고소·고발해 법정에 세우는 일에 특화돼 있다. 대통령이 마약 사건 무마 의혹을 제기했던 특정 경찰관을 수사팀에 투입하라고 지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회는 쇼츠 촬영지가 됐고 정치는 특검이 한다. 대통령 변호인들이 국회 곳곳에 출몰하고, 법사위는 봉숭아학당이 됐다. 공정과 정의라고 믿었던 법이 법률가 대통령 시대에 불신의 상징이 된 건 역설이다.
과학자와 기술인들이 중국을 이끌고 있는 지금, 한국은 법 기술자들에게 발목이 잡혔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우리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로 단련된 차세대가 나서야 한다. 중국은 공산당이 인재를 발굴·육성·배치하는 시스템이지만, 한국은 스스로 손 들고 나서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 과학자·기술자들이 정치를 외면하면 과학이 우대받는 나라를 만들 수 없다. 물갈이나 수혈로는 어림없는 지경이 됐다. 더 늦기 전에 판을 크게 갈아엎어야 한다.